Tuesday, May 23, 2006

커피 한 잔과 신앙


며칠 전에 시내 백화점에 가서 에스프레소 커피 제조기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5만원정도로 그렇게 비싸지 않은 수동식 제품입니다. 원래는 전자동식 에스프레소 커피 제조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내와 함께 시내 백화점에 다른 볼 일로 가는 참에 마음먹고 수동식 제품을 하나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스타벅스에 갈 때 마다 카운터 너머로 훔쳐보던 배리스터들의 능숙한 솜씨를 흉내내어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어 보았으나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커피점에서 배리스터들이 하는 것을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직접 해 보니 전혀 엉뚱한 커피 맛이 나왔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기계 탓일까? 커피 탓일까? 아니면 솜씨 탓일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원인을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 놓은 아까운 커피를 버릴 수 없어서 아내와 함께 우리들의 실수(?)를 농담 삼아 쓴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아내는 결혼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지만 나는 커피 보다는 녹차나 중국차를 좋아했습니다. 아내가 커피를 마시면서 맛있다는 말을 할 때마다 몇 모금 훔쳐 먹어 보았지만 그 때는 커피의 맛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든 내가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스타벅스 커피회사의 창설자인 하워드 슐츠의 자서전을 읽고 나서 부터였습니다. 그 때 나는 대기업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일중 하나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매달 한 차례씩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강연회를 개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의 주제가 될 만한 것을 찾아서 신간서적을 눈여겨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워드 슐츠의 자서전을 읽게 된 것은 한갓 커피 판매점에 불과한 회사가 어떻게 포브스 100대 기업 안에 들어가는 세계적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슐츠 회장의 자서전을 읽고 난 뒤 그의 경영철학과 스타벅스라는 회사에 대해 큰 애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타벅스의 기업 정신이 ‘정직, 성실, 창의성’이라는 것을 알고 그 회사의 급성장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커피 매장에 근무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우리 사주를 나누어 주는 슐츠 회장의 상생의 경영철학은 인간적으로 그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는 임원회의에서 특강을 해 줄 강사를 섭외하기 위해 그 책을 번역한 분을 지하철 압구정동역 앞에 있는 스타벅스 가게에서 만났습니다. 그 곳은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스타벅스 가게였고, 그 곳에서 처음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 분이 추천한 커피는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였는데 얼음을 빙수처럼 잘게 갈아서 에스프레소 커피와 시럽을 함께 넣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커피하면 사무실에서 손님들에게 접대할 때 사용하는 일회용 커피나 맥심과 같은 냉동커피 만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스타벅스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는 커피에 대한 나의 지평을 완전히 새롭게 열어 주었습니다. 그 때 이후 나는 스타벅스의 열렬한 팬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임원회의 때 그 분을 초청해서 특강을 하려던 계획은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아내와의 결혼생활이 올해 4월로 19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내년 이면 결혼 20주년이 됩니다. 몇 주 전 교회성도들과 서로의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혼 20년이면 은혼식이 된다는 한 성도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결혼 20년이 금방 지나 간 것 같았는데 벌써 은혼식이라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결혼 20년을 큰 문제없이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고, 남은 결혼생활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내와 내가 큰 다툼 없이 오랜 결혼생활을 지탱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은 우리 가족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 가족의 삶은 예수님과 교회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결혼초 부터 하나님과 교회중심의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고, 결혼생활과 함께 신앙생활도 자연스럽게 자라난 것입니다. 우리 부부에게도 때때로 큰 문제가 생겼지만 그 때마다 주님께로 나아가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한 번은 아내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로 나아가 간절히 기도드리는 데 주님이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5:12)라는 말씀을 통해 나를 권면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통해 이기적인 나의 생각과 태도를 회개하고 아내를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신앙생활 외에 스타벅스 커피를 통해 아내와 나는 공통점을 한 가지 더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아내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커피를 시켜 놓고 그 온기를 느끼면서 교회일, 아이들 키우는 일, 친구들 일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갑니다. 원래 나는 말이 적은 편인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이 많아집니다. 아내는 카라멜 마키아토를 좋아하고, 나는 커피 더블샷을 좋아합니다. 이제 에스프레소 기계를 구입했기 때문에 스타벅스에 갈 기회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솜씨가 부족해서 스타벅스의 커피가 그리워지지만 조만간 직접 만든 에스프레소 커피가 특별한 맛을 낼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도 직접 만든 카푸치노 커피를 아내와 함께 나누어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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